[커뮤] 문해운 :: 20170615

비람 2018. 9. 16. 12:48






 "사장님. 병원으로부터 연락 왔습니다."
 "뭐래요?"
 "신장, 심장, 위, 각막 가능하답니다."


  흐음, 하고 해운은 턱을 괸 채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렸다. 화면 위에 떠오르는 액수를 확인한 그가 책상 위 책꽂이에서 서류를 꺼내 계산기에 나타난 액수와 서류를 비교하고는 한숨을 쉰다.


 "2억 정도 모자르네요."
 "병원 측에서는 이것 말고는 더 뺄 수 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."
 "…흐음. 최씨 아들이 한 명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?"
 "그렇긴 합니다만…."
 "제가 알기로 운동 선수라고."


  해운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. 톡, 톡. 책상을 가볍게 두드린 그가 서류를 덮었다.


 "사람이 살면서 간은 1/3만 있어도 괜찮잖아요?"
 "그럼…."
 "가족에게는 비밀로 하고 데려와요. 아버지 빚은 또 아들이 갚아줘야 하지 않겠어요?"


  서늘하게 웃는 그의 미소에 남자는 가볍게 목례한 후 문을 닫고 사라진다. 방 안에는 고요가 찾아오고, 해운은 드르륵, 서랍을 열었다. 깨진 액자를 조심스럽게 꺼내든 그가 액자 속 가족 사진을 바라본다.


 "아버지 빚은 아들이 갚는다고 하지만,"


  해운의 시선이 차갑게 식은 채 아버지에게로 향한다.


 '쿨럭…, 문해운, 어떻게, 어떻게 네가…!'


  배신감에 휩싸인 채 소리치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는 듯했다. 자신의 멱살을 움켜쥐던 늙은 손, 코끝을 찌르던 핏비린내.


 '그러게, 왜 하필 저였어요.'
 "아들한테 진 빚은 본인이 끝까지 책임져야죠. 그렇죠?"

.
.
.

  해운은 붉게 물든 고무 장갑을 벗어 쓰레기통에 집어 넣었다. 마스크를 내린 그가 짧게 숨을 토해내고는 수술대 위에, 이제는 시체보다는 인육에 가까워져 버린 것을 바라보았다. 있어야 할 것이 모두 사라지고 텅텅 비어버린 것을 덤덤하게 훑어본 그는 주머니에서 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.


 "예. 방금 적출 끝내고 바로 출발했습니다. 아마 2시간 이내로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. 네, 그럼요. 제 실력 잘 알지 않습니까."


 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끝마친 해운은 수술대로 걸어갔다. 그리고 안구가 있어야 할 자리가 깨끗이 비어있는 남자의 얼굴부터, 이제는 텅 비어버린 몸, 그리고 발끝까지 느릿하게 훑었다. 헛구역질을 하며 밖으로 뛰쳐나가던 부하 직원을 떠올리며 그것을 바라보지만,

  일말의 동정심도, 죄책감도, 아무런 감정도 생겨나지 않는다.

  그저, 인육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, 하는 생각이 들뿐.

  익숙해져버렸고, 무뎌져 버렸다. 눈앞의 저것은 해운에게 그 어떤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. 그것은 그의 두 손으로 부모의 것을 꺼낼 때도 마찬가지였다. 익숙해져 버린 시체, 익숙해져 버린 피비린내, 익숙해져 버린 죽음,

  누구의?

  타

  인

  그렇다면,

¿

  누구의?

  그

  것

  은

 
?


  나
 
   의

  죽

  음

  그렇지.

  타인이 아닌, 나, 나의 죽음, 그것은




 

 
 
 
 
 
 
 

 

 
 

 
¿